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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책 나눔 후기

[나눔후기] 벙어리냉가슴이 작성한 나눔후기 입니다. :)


같은 글을 http://praguespring.tistory.com 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어디냐구요?  제 블로그요. :)



요즘 나는 하루하루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사실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2009년이었다. 짜증나는 일도 많고, 힘든 일도 많고, 상처받는 일도 많고, 상처주는 일도 많았다. 그래서 다 버려두고 훌쩍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드는 한 해였다. 하지만 연말이 다가올수록, 그리고 할 일이 많아 정신이 없을수록 살 맛이 났다. 이번 2차 나눔에서 이것저것 내가 하겠노라 덥썩 일을 맡은 것 역시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나눔블로그의 2차 책나눔 행사를 통해 2009년 12월 12일까지 약 290여권의 책(현장에서 라라윈님께서 약 60여권의 책을 기증하셨다)이 우리 집에 도착했다. 사실 힘든 일은 별로 없었다. 얹혀사는 주제에 '집을 빌려달라'는 얼토당토한 아들의 부탁을 흔쾌히 들어주신 부모님, 라벨링 작업을 투덜대며 도와준 여동생이 있었기에 나는 그저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이렇게 모인 책을 잘 분류하여 2009년 12월 13일(日), 충남 연기군에 위치한 <늘푸른문고>를 방문했다. 이번 방문길에는 여전히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베이비 페이스를 자랑하는 윤뽀님과 양 속에 가득 책을 들고 오신 라라윈님께서 동행해주셨다. 물론 주말이면 어디로 드라이브를 갈까 늘 고민하시는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 아침부터 부은 얼굴로 사람들을 만날 수 없다며 차 안에서 일체의 수면을 삼가신 여동생님도 함께 했다.

전의침례교회 목사님.




<늘푸른문고>에 도착했을 때는 오전 예배가 한참 진행 중이었다. 여기서 잠깐, <늘푸른문고>는 전의침례교회에서 운영하는 지역마을문고다. 사실 서류상 '불교신자', 사실상 '무교'인 내 머리 속에는 기독교에 대한 약간의 거부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늘푸른문고>에 도착하여 식사 대접을 받고, 목사님과 대화를 나누면서 종교를 초월한 사명감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목사님께서는 교회 운영뿐만 아니라, 농촌에 시집인 외국인 며느리들을 위한 의류 장터(1000원~3000원)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아이들 축구교실(장비는 갖춰져 있으나, 강사가 없어 운영 중단) 등을 계획하고 계셨다. 그러니 방문을 원하시는 분들께서는 전혀 부담감을 갖지 않으셔도 좋을 듯 하다.


의류 장터. 외국인 며느리를 비롯한 마을 주민들이 싼 값에 옷을 구입할 수 있다.


<늘푸른문고>는 교회 2층에 위치해 있었다. 아이들이 오르내리기에는 조금 가파른 듯한 계단을 타고 오르면, 조금 어두운 도서관에 들어설 수 있다. 도서관 한 면에는 아이들을 위한 책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이 책들은 교회에서 처음 도서관을 만들 즈음, 인근에 계신 목사님들께 알음알음 기증을 받아오신 책들이라고 했다. 우리가 가져온 책들을 꽂아 넣으면서 양이 너무 적은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책 정리에 열을 올리고 있는 윤뽀님과 라라윈님.




그럼에도 목사님께서는 너무 고맙다며 날이 풀리면 꼭 한 번 놀러오라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삼겹살을 대접하시겠단다. 내년에 꽃 피는 봄이 오면 다시 놀러오겠다고 말씀드리고 <늘푸른문고>를 나섰다.



언제나 그렇듯 새로운 경험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그 중 하나는 <늘푸른문고>의 책들이 잘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비단 <늘푸른문고>뿐만 아니라, 지방에 위치한 모든 기관에서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인 듯 하다. 목사님에 따르면, 인근에 단국대학교와 고려대학교가 위치하고 있음에도 자원봉사자가 찾아오는 것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고 한다. 혹시 충남지역 블로거들이 모임이 있다면 그 분들께 부탁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아울러 <늘푸른문고>에는 여전히 비어있는 책장이 많다. 이는 아직 할 일이 많음을 말해주는 표시일 것이다. 행여 기간 내 책을 보내지 못해 안타까운 분들이 있다면, 혹시 이 글을 보고 방문하고 싶은 분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지금 행하셔도 좋을 듯 하다.

<늘푸른문고> 찾아가는 방법
  -  대중교통 : 천안역(기차&지하철)에서 시내버스 700번 승차하면 교회에서 3분 거리에 하자 가능.
  -  자가용 : 내비게이션에 <전의침례교회>를 입력하면 내비양께서 친절하게 안내해주심. (;;) 단 교회 앞 주차가 여의치 않으므로 인근 농협 하나로마트에 주차하는 것이 편리.


 

보너스. 윤뽀님이 이용한 화장실. 그 곳에 화장실은 두 개 였다. 그렇다면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