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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책 나눔 후기

[나눔 후기] 벙어리냉가슴이 작성한 나눔 후기 - 당신도 다른 이와 무언가를 나눌 수 있습니다.

동일한 포스팅은 http://praguespring.tistory.com/97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09년 9월 26일(토)이 되었다. 평생 착한 일 한 번 제대로 해본 적 없는 인생이다. 저질 인생. 그러나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산타클로스 삼촌이제는 삼촌이 어울리지 않을까에게 꼭 받고 싶은 선물이 있다. 그리하여 난 인생 역전, 로또대박(?)을 꿈꾸며 대구행 새마을호 열차를 타게 되었다.

여행의 동반자.



근 4년여만의 기차 여행이었다. 언제나처럼 난 내 옆자리에 한지민 꼭 닯은 여성'님'께서 탑승하셔 잠에 취한 나머지 내 어깨에서 딥 슬립에 빠지는 흐뭇한 상상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시궁창. 난 수원에서 대구까지 장장 2시간 반 동안 홀로 열차를 지켰다. 아...인생은 정말 외로운 건가보다. ㅜㅜ

대구는 생각보다 '고담'스럽지 않았다.





그렇게 도착한 동대구역. 얼굴보다 자필 글씨가 익숙한, 생각했던 것보다는 훨씬 귀여우신 Adios님과의 조우. 우리는 첫 만남에 함께 햄버거를 뜯어 먹으며 <대구 SOS 아동보호센터>로 향했다.



눈썰미 좋은 Adios님 덕에 찾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조용하고 눈에 띄지 않는, 그래서 선뜻 들어서기 힘든 곳이었다. 왠지 아이들 마음 속에 있는 벽이 내 앞에 놓여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걱정도 팔자라고, 아이들은 너무나 반갑게 우리를 맞아 주었다. 찾아간 우리가 미안할 정도의 환영이었다.

그 곳에서 대구에 거주하시는 함차님, 마속님, 지구벌레님과 형수님, 그리고 귀여운 아가(아가야, 어여 낳으렴), 그리고 겸사 겸사 대구 고향집에 내려오신 윤뽀님을 만났다. (다들 반가웠어요. ^^)

센터 현황 및 운영에 관한 원장님의 설명을 들은 후,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 우리는 센터 3층에 위치한 도서관에 많은 블로거분들과 일반 참여자분들께서 모아주신 500여권의 정성을 나르기 시작했다. 솔직히 정말 무거웠다. 체력 좋아 보이는(?)장난인거 아시죠 윤뽀님이 거들어주길 바랬건만! 예의상 말씀드린 '사진 이쁘게 찍어주세요'란 말을 철썩같이 믿어 버리셨다. ㅜㅜ



책이 든 박스를 여는 순간, 도서관에 모여 있던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는 모습에 2시간 반 동안 기차에서 홀로 상처받은 내 영혼이 정화되는 느낌이었다. 평소 '나이값 못한다'는 말을 많이 들은 본인은 정신연령이 비슷한 아이들과 공감대를 형성, 많은 새 친구(?)를 사귔다.

요 녀석이 내 절친이다.



한 손에는 아이의 손을 잡고, 한 손으로는 책을 정리, 분류하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완전 열중이신 장신 지구벌레님.

역시 완전 열중이신 장신 마속님.



나눔이라는 것, 정말 별 것 아닌데.

조금만 시간내고, 조금만 신경쓰고, 조금만 마음을 넓히면,
너도 나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쉬운 것인데.

그렇게 조그만 노력하면 이렇게 좋아하는 누군가가 있는데.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본인 역시 누군가와 무언가를 나눈다는 것은 시간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이 경제적으로 여유가 되는 부분에 한하여 행하는 것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해보면 이렇게 쉬운 것을. 한 때 내가 읽었던 책 한 권이, 지금은 책장 어딘가에서 먼지를 덮고 겨울잠을 자고 있을 그 녀석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다시 읽힐 수 있다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지는 않았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의 자정이 다 되어서야 수원으로 돌아왔다. 몸은 무지막지하게 피곤했다. 심히 상투적인 표현이라 자존심 상하지만, 이 말만큼 내 기분을 설명해 주는 말을 없을 듯 하다. 그래도 마음은 정말 따뜻하고, 뿌듯했다.

아직도 많은 책이 필요하다.

블로그 덕에 만난 멋진 분들. (나 포함)


덧 하나. 정말 모자이크를 할 줄 몰라 제가 좋아하는 원숭이 녀석의 얼굴을... 뭔가 세월을 달관한 듯한 표정이 마음에 들어서... 웃기려고 한 건 아닌데... 안 웃기면 어쩌죠?? ;;;

덧 둘. 오프라인으로 만난 인연, 주구장창 이어가길 바랄께요. ^^

덧 셋. 전 이번 크리스마스에 사람 한 명 거뜬히 들어가는 냉장고 박스 하나 구해서 산타클로스 삼촌한테 채워 달라고 하려구요. 안되면 루돌프 녹용이라도...;;